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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 공무원 ‘1인 다역’의 그늘…과중한 업무분담, 어디까지가 역할인가

영남연합포커스 정영섭 기자 

 

지방행정의 최일선은 읍·면사무소다.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부터 복지 상담, 농정 지원, 재난 대응, 각종 민원 접수와 현장 확인까지 일상과 직결된 업무가 이곳을 통해 처리된다. 문제는 현장 인력의 업무 범위가 해마다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읍·면에서는 1명이 최소 3개, 많게는 5~6개 분야를 동시에 맡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력난과 예산 제약을 이유로 들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공무원의 ‘역할’이고 어디서부터가 구조적 ‘부담’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조직은 법령과 조례에 따라 정원과 직무가 정해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결원, 휴직, 신규 임용자 배치 지연 등으로 공백이 발생한다. 그 공백은 남은 인력이 나눠 떠안는 방식으로 메워진다.

 

특히 읍·면 단위는 도시지역에 비해 인구는 적어도 고령층 비율이 높고, 농정·산림·해양·환경 등 분야가 다양해 업무의 성격이 복합적이다. 행정·복지·산업·안전이 한 사무실 안에서 교차한다. 결과적으로 ‘겸임’은 일상화되고, 전문성 축적은 더뎌진다.

 

과중한 업무는 행정 품질과 직결된다. 담당자가 잦은 전화·방문 민원을 처리하는 사이 보고서 작성과 현장 점검이 지연되면, 정책 집행의 속도와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난·안전 분야는 더욱 민감하다. 비상상황에서 평소 누적된 피로와 업무 과부하가 대응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특정 개인의 성실성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다.

 

론 지방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방교부세와 자체수입의 한계, 인건비 총액 관리, 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 등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재배치의 합리화, 업무 프로세스의 표준화, 디지털 전환을 통한 반복업무 경감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단순히 “예산이 없다”는 답으로 현장의 부담을 상수(常數)로 둘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직무 재설계다. 유사·중복 업무를 통합하고, 민원 다빈도 업무는 전담창구로 집중시켜 ‘1인 다역’의 범위를 합리화해야 한다.

둘째, 탄력적 인력 운용이다. 계절·사업 집중 시기에 맞춘 한시 인력 지원, 권역별 순환 지원체계 구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셋째, 교육과 멘토링 강화다. 신규 공무원이 다수 분야를 맡을 경우, 표준 매뉴얼과 선배 공무원의 코칭 체계가 병행돼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성과평가 체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무량이 과다한 부서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서를 동일 잣대로 평가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긴다. 업무 난이도와 민원 강도를 반영한 평가·보상 체계가 병행돼야 조직 내부의 신뢰가 유지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행정 효율의 문제다.

 

주민의 기대 수준은 높아졌다. 온라인 민원, 정보공개 요구, 정책 참여 확대 등으로 행정의 책임과 투명성은 강화되는 추세다. 그 기대를 현장 인력이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보강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책무다. ‘공직은 봉사’라는 가치가 과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봉사는 제도 위에서 작동할 때 지속 가능하다.

 

결국 질문은 명확하다. 공무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법과 규정이 정한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상시적 과부하는 조직의 책임이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 한계를 관리하는 방식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읍·면 행정이 흔들리면 지역의 일상이 흔들린다.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합리적 분담과 지원 체계를 설계할 때, 주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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