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정 주기마다 부시장·부군수가 교체된다. 인사 순환이라는 제도적 취지는 분명하다. 조직의 경직을 막고 다양한 행정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잦은 보직 이동은 행정 효율보다 ‘적응 비용’을 먼저 발생시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무 공무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부시장·부군수는 단체장을 보좌하며 행정 전반을 조율하는 핵심 축이다. 예산, 인사, 주요 정책 조정까지 관여하는 자리인 만큼, 개인의 행정 철학과 업무 스타일은 조직 전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스타일의 차이’가 현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보다는 업무 방식의 급격한 변화로 체감된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전임자는 보고서 한 장으로 정리하던 사안을, 후임자는 수차례 회의와 보완 자료를 요구하는 식”이라며 “정책의 내용보다 형식에 맞추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는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바뀌는 것은 간부, 남는 것은 실무
부시장·부군수는 평균 1~2년 단위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무 공무원들은 동일 부서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정책의 기획부터 집행, 사후 관리까지 책임진다.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은 늘 현장에 남은 이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리더십 교체 시마다 “새로운 방식”, “새로운 기준”이 강조되면, 기존 업무 체계는 쉽게 평가절하된다. 전임자의 지시로 추진된 사업이 후임자에 의해 재검토되거나 방향 수정에 들어가는 사례도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물론, 설명과 설득까지 떠안게 된다.
행정은 실험이 아니다. 특히 주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일수록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잦은 간부 교체는 정책의 속도 조절 장치를 약화시키고, 공무원 조직 내부에 불필요한 긴장과 눈치를 낳는다.
공무원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공식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상시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 체계의 변화, 회의 문화의 차이, 업무 지시 방식의 개인차는 모두 실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성과를 빠르게 보여주려는 신규 부단체장의 경우, 단기간 내 가시적 결과를 요구하면서 업무 강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제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사 발령은 상급 기관의 권한이지만, 그에 따른 조직 피로도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행정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가장 큰 불안정 속에 놓이게 된다.
부시장·부군수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순환 인사의 속도와 방식에 대한 재검토는 필요하다. 일정 기간 이상 근무를 보장해 정책 연속성을 확보하거나, 인수인계 시스템을 제도화해 업무 공백과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바뀌어도 행정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행정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며, 그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다수의 평범한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불필요한 적응 경쟁에 소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곧 주민을 위한 행정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잦은 리더십 교체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현장 공무원들의 노고가 당연시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의 안정성은 제도의 문제이며, 그 개선 또한 제도의 몫이다. 이제는 인사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행정 피로도까지 함께 들여다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