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더 이상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와상, 중증질환을 앓는 노인이 급증하면서 ‘돌봄’은 개인의 효(孝)를 넘어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과제가 됐다. 그러나 이 거대한 돌봄 시스템의 중심에 서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현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족의 마음은 무너지고, 현장은 버티고 있으며,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문을 처음 열고 들어서는 가족들은 대부분 죄책감과 절박함이 뒤섞인 얼굴이다. 집에서 돌보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밤낮없이 반복되는 간병, 점점 심해지는 치매 증상,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상태, 욕창과 배설 관리, 예측할 수 없는 돌발 행동까지 감당하기에는 가족의 체력과 정신은 한계에 다다른다. 결국 요양시설을 선택하지만, 그 결정이 마음의 짐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들은 시설에 부모를 맡긴 뒤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잘 돌봐주고 있을까’, ‘혹시 방치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반복된다. 언론을 통해 간혹 접하는 요양시설 내 사고나 학대 보도는 이러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이나 시설의 관리 소홀로만 치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양보호사는 돌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존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어르신의 몸을 일으키고, 씻기고, 먹이고, 기저귀를 갈며, 배설을 처리한다. 치매 어르신의 반복되는 폭언과 돌발 행동, 때로는 폭력적인 상황도 감내해야 한다. 와상 환자의 체위 변경과 욕창 관리, 중증 질환자의 호흡 상태 확인과 응급 상황 대응까지 그 역할은 단순 노동을 넘어 고도의 인내와 숙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처우는 그 책임과 무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형태, 과중한 업무량은 요양보호사들의 대표적인 고충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감당해야 하는 어르신 수가 늘어나면서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이는 결국 요양보호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입소 어르신과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다.
특히 치매와 중증 질환을 동반한 어르신의 경우 돌봄 강도는 배로 높아진다. 치매 어르신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이 흐려져 반복적인 질문과 행동을 보이고, 때로는 보호사를 가족이나 타인으로 오인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와상 상태의 어르신은 작은 부주의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요양보호사들은 육체적 피로뿐 아니라 심리적 소진, 이른바 ‘번아웃’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돌봄 노동은 숙련이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라는 편견,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 처우 개선 논의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돌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이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며, 가족을 대신해 하루를 책임지는 중대한 역할이다.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요양보호사 1인당 담당 인원 기준의 현실화, 경력에 따른 임금 체계 개선, 정신적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상담 및 휴식 제도 도입,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등이 과제로 꼽힌다. 동시에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처벌 중심이 아닌 지원과 개선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책임만 강화하는 방식은 현장을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가족의 마음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요양시설은 ‘부모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전문적인 돌봄을 통해 남은 시간을 보다 안전하고 존엄하게 보내기 위한 선택지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과 요양보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돌봄의 질도 함께 높아진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현실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지금의 중장년층 역시 언젠가는 돌봄의 대상이 되거나, 돌봄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은 특정 직군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노후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돌봄의 현장을 지탱하는 이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요양보호사의 손길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의 거울이다. 이제는 그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고, 제도와 인식 모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