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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副題) “기준 없는 돈, 책임 없는 결정… 김천시 홍보비 집행, 이대로 괜찮은가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기준 없는 홍보비, 논란은 예고돼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비는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따라서 그 집행은 투명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며,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천시의 홍보비 집행을 둘러싼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기본 원칙이 온전히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지역사회와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홍보비 집행에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특정 언론을 향한 불만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의 부재, 규정의 공백, 그리고 그 공백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불신에 관한 것이다. 홍보비 집행이 담당자의 재량인지, 아니면 관행이라는 이름의 특혜인지, 시민들은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자율”이라는 이름의 재량,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김천시 홍보비 집행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자율’과 ‘판단’이다. 담당 부서 또는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홍보 효과, 매체 특성, 노출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집행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종합적 고려’의 구체적 기준이 문서화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어떤 매체가 어떤 이유로 선정됐는지, 왜 특정 매체는 반복적으로 집행 대상이 되고 다른 매체는 배제되는지, 그 판단 근거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식 규정이나 평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자율은 곧 재량이 되고, 재량은 곧 의혹으로 이어진다.
자율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자율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면, 그것은 행정이 아니라 개인 판단의 영역으로 전락한다.
 

형평성 논란, “느낌”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김천시 홍보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왜 저 매체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제도적 검증 요구다. 동일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유사한 독자층과 배포 구조를 가진 매체들 사이에 홍보비 집행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실은 설명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설명이 **‘관행’ 또는 ‘그동안 그래 왔다’**는 말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관습의 언어다. 공공예산 집행에서 관행은 기준이 될 수 없고, 기준 없는 관행은 필연적으로 특혜 의혹을 낳는다.
형평성이란 결과의 균등이 아니라, 기준의 공개와 과정의 투명성이다. 그러나 현재 김천시 홍보비 집행 구조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
취재와 확인을 종합하면, 김천시 홍보비 집행에는 이를 명확히 규율하는 세부 내부 규정이나 조례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체 선정 기준, 배분 비율, 평가 방식, 사후 검증 절차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문서는 찾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다. 규정이 없다는 것은 책임을 물을 기준도 없다는 뜻이다. 담당자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재량으로 판단했고, 문제 제기가 발생하면 “위반한 규정이 없다”는 답변이 반복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행정에서 규정의 부재는 곧 권한의 비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담당자 개인의 성향이나 관계, 판단 기준에 따라 예산 집행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위험한 구조다.
 

특혜는 ‘의도’가 아니라 ‘구조’에서 발생한다
홍보비 집행과 관련해 ‘특혜’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 사안을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 특혜는 반드시 의도적인 부정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기준 없는 구조 자체가 특혜를 만들어낸다.

 

명확한 규정이 없고, 외부 검증이 차단된 상태에서 반복적인 집행 패턴이 고착화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특정 매체에 유리한 구조가 된다.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시민의 눈에는 충분히 특혜로 보일 수 있다.
공공행정은 ‘오해받지 않을 의무’도 함께 진다. 지금의 홍보비 집행 구조는 그 의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해명이나 반박이 아니라 규정의 정비와 제도의 공개다. 홍보비 집행 기준을 문서화하고, 매체 선정 과정과 결과를 일정 부분 공개하며, 정기적인 점검과 외부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특정 언론을 보호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행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기준이 명확하면 담당자도 자유롭고, 시민도 납득할 수 있다.
시민의 돈, 시민 앞에 설명되어야 한다
 

홍보비는 행정의 얼굴이자 신뢰의 척도다. 김천시 홍보비 집행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바꾸겠다”는 약속이다.
규정 없는 자율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김천시가 진정으로 시민의 신뢰를 원한다면, 홍보비 집행부터 기준 위에 올려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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