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김천시는 ‘김밥’이라는 대중적 소재를 앞세워 지역 축제를 기획했다. 그러나 김천김밥축제를 둘러싼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다르다. 축제의 정체성, 지역성과의 연결,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연합 포커스는 3회에 걸쳐 김천김밥축제의 기획 배경과 운영 실태를 점검하며, 지역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는다.
1:이름만 지역 축제, 내용은 전국 공통 메뉴
2:‘성황리 개최’라는 말로 가려진 숫자의 부재
3:시민은 주인이 아닌 관람객에 머물렀다
김천김밥축제를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단순하다.
“김천 김밥이 따로 있느냐”는 것이다.
김밥은 전국 어디에서나 먹는 음식이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의 이름을 단 축제가 성립하려면, 해당 지역만의 역사와 서사, 차별화된 요소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김천김밥축제 현장에서는 ‘김천 김밥’의 정의를 설명하는 안내나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김천의 특산물이나 지역 농축산물이 김밥과 어떻게 결합되는지, 김천에서 김밥이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사실상 부재하다.
축제명과 달리, 정작 ‘김천’은 흐릿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대 공연과 김밥 시식, 체험 부스가 축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전국의 수많은 음식 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밥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조리 과정 체험, 김밥 문화사나 생활사 전시, 김천 농산물과의 결합 등 확장 가능한 콘텐츠는 충분하지만, 실제 축제에서는 깊이 있게 구현되지 않는다. 관람객 동선도 단순해 체류 시간이 길어지기 어렵다.
축제장을 둘러본 한 시민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잠깐 구경하고 지나가는 행사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가 ‘경험’이 아닌 ‘구경거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음식 축제의 핵심을 ‘왜 이곳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한다. 그
러나 김천김밥축제는 이 질문 앞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천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농업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그럼에도 김천의 자원과 김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축제가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기보다, 행사 자체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체성이 모호한 축제는 콘텐츠 확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예산 투입 대비 효과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천김밥축제는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김밥을 내세운 행사’에서 ‘김천을 담은 축제’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김천김밥축제와 관련해 “김밥이라는 친숙한 음식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며 “축제 초기 단계인 만큼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과 생활 음식 문화 확산을 목표로 기획됐다”며 “김천 지역 자원을 축제 콘텐츠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과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향후에는 지역 소상공인 참여를 확대하고, 김천만의 김밥 스토리와 콘텐츠를 보완해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천시 관계자는 끝으로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성과 분석과 평가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하고,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