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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가족센터, 아이돌봄서비스 수기공모 장려상 수상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 청송군가족센터에서 활동 중인 남위자 아이돌보미가 2025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공모전은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아동과 가족이 경험한 긍정적 성장 사례를 발굴하고, 서비스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에서 청송군가족센터 소속 남위자 아이돌보미가 우수한 사례를 제출해 장려상에 선정됐다.

 

수상작 ‘잿더미를 딛고 다시 웃는 날까지’는 지난 3월 25일 발생한 경북 초대형 산불의 생생한 기억과 그 상흔을 극복해 나가는 한 청송군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 큰 공감을 얻었다.

 

다음은 2025 아이돌봄서비스 수기공모 수상집 발췌본이다.

 

' 3월 25일 저녁, 우리 지역은 안타깝게도 갑작스러운 산불로 인해 아이돌봄 이용자 가정, 아이돌보미, 아이돌봄센터까지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인근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우리 지역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3월 26일부터 28일까지는 산불로 인해 초등학교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꿈나무들인 아이들은 인근 친척 집, 혹은 대피소로 뿔뿔이 흩어져 피신해야 했습니다.

 

그날 오후부터는 주위 산불 때문인지 해가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짙어지는 연기와 거센 바람 속에, 실시간 대피 문자까지 쉴 새 없이 울렸습니다.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사방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숨조차 쉴 수 없는 연기 속에서, 당장이라도 집을 집어삼킬 듯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불길은 도깨비불처럼 이 산 저 산을 휘저으며 휩쓸고 지나갔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을 넘어선 아수라장을 겪어야 했습니다. 벌써 5일째가 지나갑니다.

 

아직도 대피 가방은 머리맡에 그대로 있고, 옷도 입은 채로 잠이 드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을 놓지 못한 채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돌봄을 시작하며 아이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용자 가정 중 한 곳은 세 자녀와 부모님, 한 가족의 꿈이 산불로 송두리째 타버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서로 위로의 말을 잊은 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이는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집에 불이 났어요. 내가 좋아하는 스프런키 장난감도 탔고요. 백설공주, 라푼젤 왕관도 타고 드레스도 다 탔어요.”

아이는 울상이 된 채로 제 품에 와락 안깁니다. 그 순간,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랬구나, 불이 나서 선생님도 너무 슬프단다.”

 

세 살배기의 서툰 발음으로 “신발도 옷도 탔어요.”라며 불안해하는 그 천진난만하고 여린 마음을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무너져 내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느 날, 어머님께서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이유 없이 반항하고 등원을 거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용자 가정이나 돌보미 선생님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할 여력마저도 부족한 현실에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쉽게 안정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 가정은 처음에는 대피소에서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다자녀 가정이라 불편함이 많아 며칠 뒤 친인척 집으로 옮겼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조그마한 여관방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일상은 마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이 또한 2차 피해가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요 며칠 전, 어린이날이 다가왔습니다. 해마다 떠들썩하게 열리던 어린이날 행사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작년 행사만 해도 걷기 대회, 사생대회, 장기자랑, 놀이기구 체험 등으로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음을 피웠고, 숨이 찰 정도로 열띤 경쟁이라도 하듯 휘돌아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쉴 새 없이 오르며 하염없이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땀방울 맺힌 얼굴로 기쁨에 젖어 해맑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은 올해는 그저 추억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마저 무심히 지나쳐야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희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새까맣게 변해버린 들판과 뒷동산에도 언젠가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소나무가 우렁차게 흔들릴 날이 오겠지요.

 

가끔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희망을 전해봅니다. 만약 신이 계시다면, 아이들의 두려움과 힘겨움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신이시여, 부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소서.”

 

잿더미 속에서도 새싹이 돋아나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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