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2025년의 끝자락에서 울진군 군정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남겼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과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과제 속에서도 군정의 방향은 비교적 일관됐다. ‘현장’, ‘안정’, ‘지속’이라는 키워드는 올 한 해 울진군정을 관통한 핵심어로 읽힌다.
올해 울진군정은 눈에 띄는 대형 이벤트나 단기 성과보다 행정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두었다. 군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작은 변화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이었다. 속도보다 균형, 선언보다 실행에 방점을 찍은 흐름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분명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는 안전과 재난 대응 분야다. 자연재해와 기후 변수에 취약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사후 대응보다 사전 점검과 예방 중심의 행정이 강화됐다. 반복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 정비와 취약 지역 관리, 관계 기관 간 협업 체계 정비가 이어졌다. 큰 사고 없이 한 해를 마무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장기 군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은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추진이다. 울진군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자력 전기를 기반으로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2024년 6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았고,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토부에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을 했으며, 행정 절차가 본격화됐다. 2026년 7월에 산단 승인 고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진군은 속도보다 신뢰를 선택했다. 합동설명회와 주민 소통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행정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대형 국가사업일수록 지역의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행보다.
관광 정책에서도 2025년은 방향 전환의 해였다. 울진군은 단순 방문객 증가보다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군정 목표로 분명히 했다. 관광객 수치보다 머무는 시간, 소비 구조, 재방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이를 상징하는 사업이 사계절 오션리조트 조성이다. 망양정 인근 해안 일대에 대규모 숙박시설과 해양레포츠, 컨벤션 기능을 결합한 복합 관광 인프라를 조성해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체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 12월 현재 민간사업자 공모가 진행 중이고 내년 1월 사업자 선정을 할 계획이다. 관광 정책이 구체적 실행 단계로 접어든 시기로 기록될 만하다.
교통 여건 개선 역시 체류형 관광 전환에 힘을 보탰다. 올해 1월 동해선 개통에 이어 12월 30일 KTX 운행이 시작되며 울진 접근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멀어서 못 가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으로의 변화는 관광 정책 전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관광택시, 무료버스 등 이동 편의 정책이 함께 운영되며 체류 만족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복지 행정은 올해도 ‘촘촘함’이 키워드였다. 특정 계층을 향한 일회성 지원보다는 돌봄, 보건, 생활 안정 등 기본 영역에서의 연속성과 접근성이 강조됐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현장 중심 상담과 연계가 강화됐고, 복지를 행정 서비스가 아닌 일상의 안전망으로 다듬어 가는 흐름이 이어졌다. 복지는 수치보다 신뢰로 평가받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무리 없는 운영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지역 경제와 농어촌 정책에서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반 다지기가 이어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은 단기 재정 투입보다 제도 접근성 개선과 행정 절차 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어촌 정책 역시 생산 중심을 넘어 유통, 판로, 노동력 문제까지 단계적으로 행정 의제로 끌어올렸다. 모든 과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분명했다.
교육과 미래 세대를 향한 시선도 유지됐다. 인구 감소라는 현실 속에서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기초 여건 정비와 교육 지원 사업의 안정적 운영이 이어졌다. ‘군민 맞춤 복지’에 방점을 둔 선택은 현실적인 군정 판단으로 평가된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군정 운영이 한 해를 관통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내부 소통과 역할 분담을 중시하는 기조가 유지됐다. 행정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안정은 모든 정책을 떠받치는 토대다.
2025년 울진군정의 특징은 과도한 포장이나 무리한 확장보다 ‘지속적인 방향’에 있다. 큰 구호 없이도 일상을 지탱하는 행정, 조용하지만 멈추지 않는 행정이 한 해를 채웠다. 군민의 삶을 뒤흔들 변화는 아니었지만, 군민의 삶을 지켜낸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구 구조 변화, 지역 경제의 한계, 재정 여건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2025년의 울진군정은 방향을 정하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 선택은 다음 해를 준비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연말은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이자 다음을 준비하는 출발선이다. 울진군정의 2025년은 화려함보다는 책임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군정은 늘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며, 울진은 다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군민의 일상과 함께한 행정,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군정. 2025년의 울진은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