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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병곡면 취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근무지 이탈.음주.관외 이동까지 드러난 병곡면의 행정의 허점*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영덕군 병곡면에서의 취재는 작은 의문 하나에서 출발했다.

면 소재지 일대를 돌던 11시경, 도로 위를 이동하던 병곡면소재 도로에서 산불진화차량이 눈에 들어온 것이 계기였다. 산불조심 기간임을 감안하면 차량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산불 대응 현황이나 긴급 상황이 없었고, 차량의 이동 경로 역시 통상적인 업무 동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 의문은 곧 더 큰 취재의 문을 열었다.

이날 병곡면에서는 이장협의회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의 시간이었다.

업무시간을 훌쩍 넘긴 면사무소… 그러나 ‘텅 빈 자리들’

기자가 면사무소를 찾은 시각은 약 오후 1시 20~30분경.

일반적인 행정기관 기준으로 점심시간이 끝나고, 공무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를 재개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 면사무소 내부는 정상 근무 흐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내부에는 켜진 모니터와 놓여 있는 서류들만 있을 뿐, 상당수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면민들을 응대해야 할 행정창은 조용했고, 협업해야 할 직원들 간 소통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였다.

“이장협의회가 있었으니 잠시 자리를 비웠겠지”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둘 들어오는 공무원들… 그리고 눈에 띄던 ‘술 기운’

오후 1시 20분을 넘긴 시각, 공무원들은 하나둘 면사무소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 가운데에서는 가벼운 술 냄새, 혹은 음주 후 특유의 얼굴빛·말투가 감지되었다는 점이 시민들의 제보와 현장 목격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작은 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의 음주 여부는 개인의 사생활이 아닌, 공무집행의 적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특히 주민 안전·산불 대응 등 긴급한 업무를 다루는 면 단위 행정기관이라면 더욱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날 일부 공무원들은 병곡면을 벗어나 울진군 후포까지 이동해 식사를 한 정황도 파악됐다.

점심시간에 이동거리가 길고, 식사 장소가 관외(管外) 지역이라는 점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남긴다.

관외 이동이 필요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가?

그 이동이 공용 차량 또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것인가?

점심시간 내 복귀가 가능할 만큼 적절한 이동이었는가?

혹시 관외 식사 과정에서 음주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행정 신뢰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순간 자체가 지역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산불진화차량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업무범위 벗어난 사용 의혹도 동시에 제기돼

또 하나의 문제는 산불진화차량의 이동 목적이었다.

사진 속 차량은 ‘산불조심’, ‘영덕군’, ‘다목적 산불방재차’라고 적혀 있는 정식 장비다.

이 차량은 산불 진화, 초기 대응, 방제 작업 등 명확한 업무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산불 발생 조건이나 사전 대응 필요성이 낮았고,

차량의 이동 시점 역시 행정업무와 연계된 공적인 운행인지 확인이 쉽지 않았다.

만약 특정 행사, 회의 참석, 식사 등을 위해 해당 차량이 운행되었다면 이는 행정 장비의 목적 외 사용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행정적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병곡면 행정, 작은 해이에서 시작되는 큰 불신

취재를 통해 확인된 상황만 정리해도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업무시간 이후 복귀 지연 및 사무실 상시 공백 문제

일부 공무원의 음주 의혹,관외 이동(후포) 식사에 대한 적절성 논란,산불진화차량의 사용 목적 불명확성

주민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의 행정 비가동 문제

이러한 요소가 복합되면, 주민의 행정 신뢰는 급속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병곡면은 산불·재난·농업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이 많아, 공무원의 태도·근무기강·경계심 유지는 더욱 엄격히 요구된다.

 

*지역민들은 묻는다

“작은 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 누가 행정을 믿습니까?”

한 면민은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면사무소를 믿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점심 이후 사무실이 텅 비어 있으면,

일부 직원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모습이라면,

그게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지역 행정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행정의 투명성·기강 확립 필요… 영덕군 차원의 점검 요구 커져

이번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사항들은 단순히 병곡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작은 단위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이함이 어떤 불신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행정기관은 공무원의 사소한 태도 하나까지도 ‘행정 신뢰’라는 커다란 구조 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면 단위 행정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작은 규율 위반도 지역민에게는 큰 문제로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조치가 요구된다.

근무시간 준수 여부에 대한 면 단위 전수 점검

공무원 음주 의혹 관련 사실관계 확인 및 내부 가이드라인 재정비

관외 점심 이동의 기준·지침 명확화

산불진화차량 등 공용 장비 사용 내역의 투명한 관리

주민 응대 서비스의 상시 가동 체계 강화

마무리하며..취재의 본질은 ‘비난’이 아니라 ‘개선’이다

이번 병곡면 취재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오히려 지역을 지키는 행정이 더 건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공무원 한 명의 태도, 차량 한 대의 이동, 점심시간의 작은 선택이지역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흔들 수도 있고,또 반대로 신뢰를 굳건히 세울 수도 있다.

 

영덕군 병곡면의 작은 풍경은

지방행정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행정은 주민의 일상 속에서 신뢰로 완성된다.

작은 해이도, 작은 비판도,

결국 더 나은 행정을 위한 첫 걸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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