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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당원’은 자발이어야 한다…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공직사회가 넘지 말아야 할 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동 지역에서 불거진 ‘책임당원 가입 논란’은, 사실관계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공직사회의 중립성과 행정 신뢰를 정면으로 시험한다. 책임당원 제도는 정당의 합법적 조직 운영 방식이지만, 공무원 조직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조직의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그 자체가 공정성의 상처가 된다.

 

핵심은 간단하다. 정당 가입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자유 영역이다. 그러나 공직자는 동시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행정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로부터 분리돼야 한다. 이 두 원칙이 충돌하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것이 공직윤리의 출발점이다. 논란의 본질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넘어, “공직 조직이 선거의 계절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공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번 사안에서 문제 제기가 집중되는 지점은 ‘자발성’과 ‘조직성’이다. 누군가가 “가입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가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르다. 공직사회는 직급과 인사, 평가와 업무 배분 같은 구조적 힘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특정 정당의 책임당원 가입이 권유·독려되는 흐름이 생기면, 그것이 명시적 지시가 아니더라도 구성원들은 압박으로 체감할 수 있다. 공직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암묵적 신호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의 예산, 인허가, 개발 계획, 각종 보조사업처럼 시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과 맞물린다. 이런 시기에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특정 정당 경선과 연계된 듯한 움직임이 회자되면, 시민은 행정을 어떻게 바라볼까. “민원 처리나 행정 판단이 정치적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생긴다. 이 의심은 사실 여부와 별개로 행정 신뢰를 약화시키고, 결국 공무원 전체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공직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편’으로 보이는 순간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공적 자원의 개입 가능성이다. 책임당원 가입 자체는 개인이 사적 시간과 사적 장비를 사용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근무시간에 가입을 독려했는지, 사무실 내에서 관련 자료가 공유됐는지, 공용 메신저나 회의·보고 체계에 언급이 있었는지, 또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연락망이 관리됐는지 등이 모두 ‘윤리적 위험 신호’가 된다.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직기강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항목이 된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공직사회가 한번 ‘정치 관여 의혹’에 휩싸이면, 향후 어떤 행정 결정을 내려도 해석이 정치적으로 흘러가기 쉽다. 특정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 예산 편성 방향, 행사 개최, 홍보물 제작까지도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출된다. 행정이 매번 정치적 오해의 검문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은 지역사회에 불행이다. 행정의 에너지는 시민 복리에 써야지, 불필요한 의혹 해명에 소모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제도적 확인’이다. 우선 시청 내부적으로는 “공직자가 선거 관련 오해를 살 만한 행위를 했는지”를 점검할 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특정 개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원칙 확인이다. 공무원 개인에게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정당 활동의 자유를 인정하되, 근무시간·공용자원·상하관계가 결합하는 순간 위험도가 급격히 커진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한다.

 

정당과 후보 측에도 주문이 따른다. 공직사회의 중립성은 선거의 공정성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지지층 확장과 조직화가 필요하더라도, 행정 조직이 오해를 받는 방식의 접근은 결국 정치에도 독이 된다. 선거는 시민의 선택으로 승부해야지, 행정 조직의 ‘그림자’로 승부하려 한다는 의심을 남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가 요구해야 할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재발 방지’다. 공직사회가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안동에서 불거진 이번 논란이 사실이든 아니든, 분명한 교훈은 하나다. 책임당원은 자발이어야 하고, 공직사회는 그 자발성을 침식시키는 어떤 신호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공직의 중립성은 더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행정은 누구의 경선도, 누구의 선거도 돕지 않는다. 오직 시민의 일상을 돕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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