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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인권, 대한민국의 시선과 ‘체감되는 공정’의 과제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단일한 문화와 혈연으로만 설명되는 사회가 아니다. 제조·농축산·어업·돌봄·서비스 전반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일상의 한 축이 되었고, 결혼이주민과 유학생, 난민 신청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체류자’가 공동체 안에 존재한다. 문제는 제도와 선언의 수준에서 말하는 인권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처우’와 얼마나 일치하느냐이다. 그리고 그 간극을 바라보는 한국 시민의 시선 또한 단순하지 않다.

 

헌법과 국제규범의 틀에서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국적과 무관하게 보호한다고 천명한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최저임금제는 외국인에게도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차별금지의 취지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언어 장벽과 정보 비대칭 속에서 계약 내용은 불리하게 작동하고, 임금 체불·장시간 노동·위험 작업 집중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산재 발생 시 권리 구제 절차는 복잡하고, 체류 자격과 연동된 고용 구조는 ‘문제 제기=체류 리스크’라는 침묵을 낳는다.

 

시민의 시선은 여기서 갈라진다. 한편에서는 “같은 일을 하면 같은 대우”라는 원칙에 공감하며, 열악한 현장을 고발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임금·주거·복지의 압박 속에서 “역차별”을 우려하는 정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라기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취약한 사회안전망이 만든 경쟁의 감정에 가깝다. 문제의 본질은 인권의 확대와 시민의 삶이 제로섬이 되지 않도록 설계를 바꾸는 데 있다.

 

처우의 핵심은 ‘법의 적용’과 ‘접근성’이다. 법은 있으되 접근이 어려운 현실이 개선의 출발점이다. 다국어 계약서의 표준화, 임금·근로시간의 전자 기록 의무화, 산재·노동 상담의 상시 통역 지원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대안이다. 숙소 문제 역시 방치할 수 없다. 비닐하우스·컨테이너 숙소 논란은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안전과 존엄의 문제다. 최소 주거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자체·사업주·정부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단속과 보호의 균형도 중요하다. 불법 체류 문제는 법치의 영역이지만, 무차별적 단속은 음지화를 키워 인권 침해를 확대한다. 신고 보호 장치와 합법 전환의 합리적 통로를 병행해야 한다. 유학생과 난민 신청자의 경우, 체류 중 노동·교육 접근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불확실성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한국 사회가 자주 간과하는 지점은 ‘상호성’이다. 인권은 일방의 베풂이 아니라 규칙의 공정성에서 작동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안전의 동일 기준, 위반에 대한 동일 처벌이 지켜질 때 시민의 신뢰도 회복된다. 외국인만을 위한 특례가 아니라, 취약노동 전반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향이 답이다. 그러면 시민의 불안은 줄고, 외국인의 인권은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개선은 선언이 아니라 운영에서 완성된다. 현장 점검의 전문화, 감독 인력 확충, 반복 위반 사업주에 대한 실효적 제재, 그리고 지자체 단위의 ‘생활 적응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 동시에 혐오와 오해를 줄이기 위한 공공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통계와 사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공적인 공존 모델을 축적해 공유해야 한다.

 

외국인의 인권을 말하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의 기준을 묻는 일이다. 인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약자의 안전이지만, 그 다음은 공동체의 신뢰다. 대한민국의 시선이 ‘원칙의 인권’에서 ‘체감의 공정’으로 이동할 때, 외국인과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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