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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너머 사람을 지키는 사람들…안동교도소 교도관에게 박수를

범죄자를 가두는 곳이 아닌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곳
24시간 긴장 속 수용질서·인권·교정교화 책임지는 교도관
“헌신만 요구해선 안 돼”…인력·심리치료·근무환경 개선 절실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기자 

경북 안동.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높은 담장과 굳게 닫힌 철문 안에 또 하나의 사회가 있다. 바로 안동교도소다.

 

교도소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은 대개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곳’에서 멈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용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밤낮없이 현장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하고, 때로는 상담자가 되고 교육자가 되며, 한 사람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정공무원들이 있다.

 

안동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를 함께 수용·관리하며, 수형자가 교정교화를 거쳐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국가 중요시설이다. 보안뿐 아니라 직업훈련, 교육·교화, 의료, 사회복귀 지원 등 다양한 업무가 동시에 이뤄진다.

 

그 중심에 교도관들이 있다.

 

창살은 수용자에게만 무거운 것이 아니다

자유를 잃고 살아야 하는 수용자의 고통을 가볍게 말할 수는 없다. 한순간의 잘못이든 반복된 범죄이든 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과정에는 가족과의 단절, 사회와의 격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교정의 목적이 단순히 사람을 창살 안에 가두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언젠가 사회로 돌아올 사람이라면 그가 다시 범죄로 돌아가지 않도록 변화시키는 것 역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교도관의 역할은 어렵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용질서를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돌발 상황과 자해·폭력 등 각종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수용자의 고충을 듣고 교육과 상담, 직업훈련과 사회복귀를 지원해야 한다.

 

제복을 입었다고 두려움과 피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매일 듣고 수많은 긴장 상황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뒤로한 채 다시 근무 위치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교도관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교도관의 현실

이들의 어려움을 이제 개인의 희생이나 사명감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법무부가 2026년 9월 발표한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전국 교정공무원의 20.1%가 정신건강 위험군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수면장애와 소진 문제를 언급했으며, 직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으로 2024년에 이어 다시 과밀수용에 따른 과중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이 지목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신호다.

교도관 한 사람의 피로와 소진은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근무자가 충분한 휴식과 심리적 안정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수용자의 안전과 인권, 교정·교화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교도관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교도관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다.

 

위기의 순간 더욱 빛난 책임감 안동교도소 구성원들의 책임감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2025년 3월 경북 북부지역에 대형 산불이 확산됐을 당시 안동교도소에는 800여 명의 수용자가 있었다. 당시 법무부는 산불 확산 상황에 따라 수용자 이송 절차를 진행했고,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환자와 여성 수용자 등을 우선적으로 안전한 교정기관으로 이송했다.

 

일반 시설의 재난 대응과 교정시설의 재난 대응은 성격이 다르다. 교정시설에서는 많은 수용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동시에 도주와 사고를 막고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한 사람의 판단 착오가 또 다른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교도관들의 존재가 이런 위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국민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칭찬받아야 할 사람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우리 사회는 사고가 발생하면 교정기관을 주목하지만, 아무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간 날에는 그곳을 좀처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교정시설에서 ‘아무 일 없는 하루’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용자를 확인하고, 시설을 점검하고, 상담하고, 교육하고, 위험 징후를 살피고, 의료 상황에 대응하고,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는 수많은 업무가 쌓여 비로소 평온한 하루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안동교도소를 비롯한 전국의 교정공무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영웅화가 아니다.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과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다.

 

오랜 시간 성실하게 현장을 지켜온 교도관에게 “수고했다”는 한마디를 건네는 사회, 보이지 않는 공직자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정부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할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교정정책을 단순 수용관리 중심에서 치료·재활을 통한 회복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과밀수용 해소와 첨단 교정행정,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 근무자의 근무·휴게공간 개선, 인적·물적 자원 확대, 근무체계 개선과 불필요한 행정업무 정비, 건강관리와 심리상담 지원 강화, 포상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향은 옳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행이다.

 

무엇보다 과밀수용을 완화하고 적정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교대근무와 야간근무의 특성을 고려한 휴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폭력·자해 등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현장 직원에 대한 전문적인 심리회복 프로그램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낡은 시설과 장비를 개선하고 첨단 보안기술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역시 2030년까지 교정시설 조성과 현대화, 수용환경 개선, 첨단 보안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책이 계획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의 교도관이 “근무하기 나아졌다”고 말할 때 비로소 처우 개선은 완성된다.

 

교정의 성공은 결국 우리 사회의 안전으로 돌아온다

 

교도소 담장은 사회와 범죄자를 영원히 갈라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형기를 마친 수용자는 언젠가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온다. 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정의 가치다.

그 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교도관이다. 때로는 엄격한 법 집행자로, 때로는 교육자로, 상담자로, 위기관리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하루는 화려하지 않다.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일도 드물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동교도소의 높은 담장 안에서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교도관들의 노고에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동시에 그들에게 희생과 사명감만을 요구하지 않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교도관을 지키는 것은 교정행정을 지키는 것이며, 교정행정을 지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창살 안에서 다시 삶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고 변화시키는 교도관에게는 합당한 존중과 처우를 주는 것.

그것이 ‘처벌’을 넘어 ‘교정’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철문 안으로 출근하는 안동교도소 교도관들에게 우리 사회가 건넬 말은 어렵지 않다.

“당신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