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구리·아연 기준치 초과… 한울원전 인접 해저 ‘경고등’

  • 등록 2025.12.16 18:17:04
크게보기

중금속 오염 반복되는데… 원전 운영 책임은 어디까지

청정해역 뒤흔든 중금속 수치… 원전 바다 관리 공백 드러나

영남연합포커스 김진우 기자 

 

울진 한울원전 인접 해역 해저퇴적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원전 주변 해양환경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 기간시설이자 공공성을 띤 에너지 생산 시설이지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부담에 대한 책임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영남연합포커스는 3회에 걸쳐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의 환경 관리 책임을 짚고, 제도적 공백과 개선 과제를 살펴본다.

1:한울원전 인접 해저 중금속 ‘경고등’

2:“평가하고 끝?”… 환경영향평가의 한계

3:정화는 누가, 비용은 누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운영 중인 한울원전 인접 해역에서 중금속 오염이 확인되면서, 원전 운영 주체의 환경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울진원자력수소국가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초안)에 따르면, 한울원전 인근 해저퇴적물에서 비소, 구리, 아연 등 중금속이 해양환경관리법상 주의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항목은 기준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고, 다른 중금속들 역시 기준치에 근접한 수치를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특정 개발사업에 따른 ‘부수적 발견’ 형태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울원전은 이미 수십 년간 가동돼 왔지만, 원전 운영에 따른 해저퇴적물의 중금속 축적 여부를 체계적으로 추적·관리해 온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방사선 환경과 수질, 해양 생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감시 체계는 원전 내부 안전과 방사선 관리에 치우쳐 있으며, 해저퇴적물과 중금속 누적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관리 체계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울원전 인접 해역은 정치망 어업과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핵심 어장이다. 방어, 전복, 해삼 등 주요 수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임에도, 해저 오염이 수산 생태계와 어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정밀 조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환경전문가 A씨는 “원전 주변 해역은 온배수와 각종 화학적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되는 공간”이라며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면 단순한 수치 공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원인 규명과 함께 운영 주체의 책임 있는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 증설이나 신규 건설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 왔지만, 이미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서는 ‘기준 충족 여부’ 확인 수준의 관리에 머물러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금속 오염처럼 장기간 누적되는 환경 문제는 현행 평가 체계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의 관문일 뿐,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누적 영향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해 주는 장치는 아니다”며 “한수원은 원전 인접 해역을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니라, 직접적인 책임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울진 나곡리 인근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보호구역에서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원전 운영 주체와 감독 기관 모두의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한울원전 인접 해저에서 드러난 중금속 오염은 단순한 환경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원전 운영의 결과에 대해, 운영 주체인 한수원이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가 이제 본격적인 사회적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해저퇴적물 중금속 수치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사된 결과로, 해당 수치가 곧바로 원전 운영에 따른 영향으로 단정되기는 어렵다”며 “인근 해역의 자연적 특성과 과거 해양 활동, 외부 유입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울원전은 관계 법령에 따라 방사선 환경과 해양 수질,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정기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법적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 관련 이상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금속 오염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개선·보완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원전 인근 해양환경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모니터링 결과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환경 보호와 지역 상생은 원전 운영의 중요한 책무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jin2367www@naver.com
Copyright @영남연합포커스 Corp.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 © 2022 ynfocus.kr co., Ltd. all right reserved. | 창립일: 2022년 9월 8일 본 사 : 경상북도 김천시 아포읍 한지2길 28-14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군청길76-5 E-Mail : ynyhfocus@naver.com 대 표 이 사 : 김 진 우 취 재 국 장: 김 종 설 사회 1부 취재 부장 : 정 영 섭 사업자번호: 812-88-02904 | 등록일: 2022-09-08 || 발행/편집인: 김 진 우 | 청소년보호책자임: 김 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