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5월의 단풍!

  • 등록 2025.05.27 14: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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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화된 습관이 앗아간 생명과 재산 그리고 우리의 내일 -

영남연합포커스 김종설 기자 |

김호근 영덕국유림관리소장

 

[기고문]

산불과 5월의 단풍!

 

올해도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계절적, 지리적 특성으로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한다. 2022년 울진, 삼척이 역대 최대의 산불이었고, 앞으로 이 기록을 깨는 산불을 보는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3년 만에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 3월 22일 마늘 주산지로 유명한 지역에서 한 개인의 부주의한 소각 행위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3월 25일 저녁 황장재를 넘어 영덕군 바닷가 마을까지 잿더미로 만드는데 단 몇 시간이었다.

 

누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훗날 누가 이것을 믿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었다. 산불피해 복구를 준비 중인 요즘 지난 3월 25일 야간산불에 대해 “울릉도까지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다면 울릉도도 산불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해 본다.

 

이제까지 산불진화를 하는 현장에서 불에 대한 두려움이나 겁이 없었던 나이기에 3월 25일 저녁 시간에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 산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영덕-청송간 34번 도로를 이용하여 현장으로 향했다. 저녁 8시 10분경 지품면 소재지를 조금 지난 도로에서 연기와 불꽃으로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하여 사무실로 복귀를 위해 차량을 돌렸을 때 내가 얼마나 불에 대해서 자만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고 불에 대한 공포를 처음 느꼈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운전하는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산불피해 상황 파악이 끝난 지금 그 피해가 너무 크다. 상상을 초월한다. 너무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 한 사람의 안일한 행위로 많은 이가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특히 송이 채취가 주 수입원인 영덕군의 송이 산주분들의 피해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다. 더러는 삶의 터전인 가옥뿐만 아니라 생계 수단인 송이 채취가 이제 영원히 불가능해 졌기에...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90년 대 초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봄철 산불조심 기동단속을 한 기억이 생각난다. 70대 어르신이 산과 가까운 밭에서 봄철 농사 준비를 하면서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다. “어르신요, 산 가까운 곳에서 불을 놓으면 산불 위험이 있으니 태우지 마세요.”라고 했다.

 

헌데, 그 어르신 왈, “내 칠십 평생을 이런 식으로 농사 지으면서 산불 낸 적이 없다. 잡아 갈테면 잡아가.”였다. 새파란 손자뻘 되는 젊은 놈이 공무원이랍시고 산불조심 운운하는 것이 못마땅해서인지 완전히 배 째라 식이었다. 세월이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과연 이런 류의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대형산불 이후 가끔 내린 비의 도움으로 5월 15일 봄철 산불조심 기간이 종료되었다. 경북지역 대형산불이 진화된 이후 업무차 자주 다니는 7번 국도변 산의 색과 상주-영덕간 고속도로변의 산의 색이 이제는 더욱더 낯설게 보인다.

 

지난 주말에 7번 국도와 영덕-상주 간 고속도로를 달려 집이 있는 진주로 갔다. 차창 좌우로 펼쳐지는 산의 색은 더욱더 선명하게 녹색을 띠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검은색 산과 5월에 단풍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절대 정상적이지 않다. 너무 처참하다. 치산녹화 사업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 치산녹화 사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30년 이후에나 예전의 녹색을 볼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몇 일전 어느 신문에서 5월의 단풍이라는 표현를 봤다. 역설적으로 표현했지만 기사를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자아내는 내용이었다. 5월의 단풍! 우리들이 이제껏 보아온 5월달 산의 색상이 아닌 것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임업직 공무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산에 갈 때 인화물질 소지 금지, 산에서 담배 피우기 금지, 산과 가까운 논, 밭에서 소각행위 금지 등을 알렸고 예나 지금이나 산불조심에 대한 포스터와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도로변에 붙어 있다.

 

결코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극소수 사람들이 금지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체질화된 나쁜 습관 탓이라고 생각되며, 앞으로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과 동정심을 잠시 잊는 것도 “제2의 2025년 3월의 대형산불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산불조심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0여 년을 산림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매년 봄, 가을철에는 산불예방과 진화에 청춘을 바쳤고 인생을 태웠다. 성과도 있었지만, 올해와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앞으로 올해와 같은 대형 산불을 우리 국민 누구도 더 이상 경험하거나 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바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동참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산불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의 빠른 일상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 찾아봐야겠다.

 

-칠보산 자락 끝에서 ....

김종설 기자 kimjongse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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